스님과 조폭이라는 서로 양극단에 있는 두 부류가 만나 펼치는 이야기.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는 어느 날 밤, 조폭들 간의 패싸움에서 밀린 재규과 그의 부하들은 급히 봉고차에 올라 무작정 도주한다. 부하 중 한 명이 칼침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하고, 다른 조직원들의 행방은 파악조차 되지 않는 위급한 상황이다. 그러다 조직원과 간신히 연락이 닿게 되지만 그저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어딘가에 숨어있으라는 막연한 지시를 받을 뿐이었다. 그 순간 재규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제야의 종소리를 듣게 되고, 사찰에 숨어들면 자신들을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다음 날 아침 재규와 그의 부하들은 근처에 있는 절에 무작정 쳐들어가 자신들을 숨겨줄 것을 요구한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조폭들로 인해 사찰에서 수행 중이었던 스님들은 크게 당황하게 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사찰의 주지스님이 나타나 재규에게 어찌 된 영문인지 묻는다. 재규는 더도 말고 딱 일주일만 이곳에 숨어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당연하게도 다른 스님들은 재규의 요구를 거절하려 하지만, 주지스님은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재규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단지 스님들의 수행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을 걸뿐이었다.

 숨어 지내는 신세라고 하지만, 사찰의 조용한 분위기에 극도의 따분함을 느낀 조폭들은 사찰 내에서 여러 가지 장난을 치며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본 스님들은 기겁하여 조폭들에게 당장 사찰에서 떠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하고, 조폭들과 스님들 간에 기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결국 조폭들이 사찰에서 나갈지, 아니면 더 머무를지를 결정짓기 위해 여러 가지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그 일련의 사건 속에서 조폭들과 스님들은 서로 간에 가지고 있던 악감정을 조금씩 누그러뜨리며,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서로 절대 섞일 수 없어 보였던 두 집단은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며, 이 한바탕의 소동은 조폭들에게는 자신들의 인생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스님들에게는 자신의 수행에 관해 한번 더 고찰해보는 계기가 된다.

 

 

 

 

 

당시 난립하던 조폭 코미디 중 몇 안 되는 웰메이드 작품.

 

 현재는 다양한 장르의 웰메이드 영화가 개봉되는 한국 영화계이지만,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한때 조폭 코미디가 영화계의 트렌드로서 자리 잡은 때가 있었다.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야인시대'를 대표 격으로 하여, 영화계에서도 수많은 조폭 코미디 작품이 쏟아져 나왔었다. 다만 대부분의 작품들은 단지 트렌드에 편승하기 위해 조잡하게 만들어진 수준 이하의 작품성을 보여주었었고, 여기에 질려 당시의 한국 영화계로부터 눈을 돌린 관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좋은 작품성을 가진 작품 또한 몇몇 개봉되긴 했는데, 바로 '달마야 놀자'가 그 대표 격인 작품이다.  '달마야 놀자'는 조폭 코미디 장르가 주는 오락 요소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동시에 절과 스님이 주요 등장 소재인 만큼, 불교적 철학과 같은 주제의식을 진지하게 고찰하는 것 또한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 단순히 오락성만을 추구하는 다른 양산형 조폭 코미디물과 다른 뚜렷한 개성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이 작품은 조폭 코미디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불교계로부터도 단순한 조폭 코미디가 아닌 불교 영화로서 인정받다.

 

 

 실제로 몇몇 승려들은 이 영화를 처음 접하고는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었다. 가뜩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조폭 코미디물에 불교를 끌어들였다 보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을 잘 캐치해낸 제작진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개봉 전 영화 시사회에 불교계 인사들을 초청하여 '달마야 놀자'가 단순한 조폭 코미디가 아닌 좋은 작품성을 지닌 작품이란 것을 어필하였다. 영화를 직접 관람한 승려들은 자칫 딱딱하게만 비춰질 수 있는 불교에 대해 일반 관람객들로 하여금 보다 재미있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끔 잘 표현해주었다며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박신양은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조폭 코미디 영화를 찍는다기 보다는, 불교 영화라고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영화를 직접 관람하고 나면 그러한 박신양의 인터뷰가 단순한 허언은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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