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막장 요소를 총집합한 막장 드라마계의 끝판왕.

 

 

 동명의 영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쉐임리스'는 제목 그대로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미국 시카고의 어느 한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알콜 중독자인 가장 프랭크 갤러거와 그의 아내인 마이 페이스 우울증 환자 모니카 갤러거를 필두로, 가족들을 잘 챙기며 실질적으로 가장 역할을 해내는 똑순이이지만 남자관계가 상당히 복잡해 그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좀 먹는 장녀 피오나 갤러거, 미국의 수능 시험인 SAT 시험을 대신 치러주는 알바를 할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와 같이 지독한 알콜중독자인 장남 립 갤러거, 멀끔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차남 이안 갤러거, 어렸을 적엔 배려심 깊고 가족 중 가장 정상적인 성격을 가졌었지만 사춘기 이후로 완전히 비뚤어져버린 차녀 데비 갤러거, 사이코패스끼가 충만해 어린 나이 때부터 소년원에 들락날락하는 삼남 칼 갤러거, 가족들 전부 백인인 가정 안에서 이상하게도 혼자 흑인인 막내 리암 갤러거로 구성된 이 일가족은, 자신들의 유난스러운 성격과 기구한 운명으로 인해 조용할 틈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쉐임리스'에서는 선정적인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매 에피소드마다 온갖 종류의 범죄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 인물들은 본성 자체가 악한 사람들은 아니고, 자신들은 나름대로 잘 살아보려고 하는데 불가항력과 같은 본인들의 기구한 운명 때문에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꾸 엇나가는 것인지라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고 어느샌가 이들의 행복을 빌게 만든다. 

 이 작품의 메인 테마는 막장이지만, 감성적인 에피소드도 상당수 있다. 인생에는 희로애락이 적절히 버무려져 있듯이 이들의 이야기도 그저 자극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감동적이고 서정적인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약 10년의 세월을 걸쳐 방영된 장수 드라마.

 

 

 이 드라마는 2011년 방영된 시즌1을 시작으로 2020년 마지막으로 방영된 시즌11까지, 약 10년 간의 긴 세월을 걸쳐 방영되었다. 단순히 인물들의 막장 행각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매 시즌마다 방영 당시의 미국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를 직간접적으로 묘사했던 지라, 2010년대에 벌어진 미국의 사회적 이슈나 그 시기 미국인들의 생활상에 대해 잘 안다면 한층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다. 시즌1에서는 어린아이였던 갤러거 가의 자녀들이 10년 후인 시즌9에서는 20대 중후반의 어엿한 성인이 되어있는 것도 인상 깊다. 이 드라마를 시즌1 때부터 봐왔다면 어느샌가 나이를 먹어가며 자신들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갤러거들을 보며 묘한 동질감과 친숙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명문대에 입학까지 했으면서 자신의 운명을 이겨내지 못하고 알코올중독에 빠지는 립 갤러거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립 갤러거는 본인과 형제들을 막장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장본인인 아버지 프랭크 갤러거를 이 세상 무엇보다 증오하지만, 결국 프랭크 갤러거와 마찬가지로 알콜 중독에 빠진 채 허송세월을 보내며 자신의 인생을 대차게 꼬아놓는다. 명문대에 진학한 모범생이었지만 모니카와 만나 향락에 빠져 내일이 없이 살아가는 아버지 프랭크 갤러거의 전철을 그대로 밟은 셈이다. 립은 지금으로서는 부랑자 그 자체인 프랭크가 한때는 자신처럼 명문대에 진학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묘한 미소를 짓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명백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 것이다.

 

 

 

 

 

외부적인 사정으로 인한 약간은 아쉬운 종영.

 

 제작진들은 드라마를 종영하는 이유로 원작인 영국판 '쉐임리스'와 마찬가지로 시즌11을 마지막으로 종영하는 것이라고 언급하였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프랭크 갤러거 역의 월리엄 머시의 스캔들 문제와 시청률 부진으로 인한 조기종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개인적으로는 갤러거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입장이라, 종영 소식을 듣고는 상당히 아쉬운 기분을 느꼈었다. 20대의 세월을 함께 보내왔던 드라마라 더욱더 아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으로 지금도 갤러거들은 시카고 어딘 가에서 자신들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혼자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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