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넷플릭스가 자리 잡는 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오리지널 콘텐츠.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개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공개된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좋은 작품성으로 한국 시청자들에게 입소문을 타 꾸준한 인기를 누리며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에 견인차 역할을 한 작품 중 하나다. 가수 아이유를 비롯한 국내 여러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최애 넷플릭스 작품으로 이 작품을 꼽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느 10대 사춘기 소년 소녀처럼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도피하고만 싶은 두 주인공은 나무로 우거진 숲에 둘러싸인 한적한 영국 시골에서 이어가던 단조로운 일상에서 탈출해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찾기 위한 모험 길에 오른다. (정확히는 여주인공인 앨리사의 이상향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낭만적이고 멋진 일만 가득할 줄 알았던 그들의 여행은 우연히 발생하게 되는 살인 사건 직후 순식간에 뒤틀려버리게 된다.
함께 여행길에 오른 사이코패스 소년과 성격파탄자 소녀.
제임스는 자신이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확신에 대해 증명하기라도 하듯 자신의 튀김기 속에 넣어 자해를 하는가 하면 여러 작은 동물들을 거리낌 없이 살해하는 등 전형적인 사이코 패스적 행동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새로 전학 온 앨리사와 마주치게 되고, 과격한 언동을 일삼으며 시끄럽게 구는 앨리사를 난데없이 죽이고자 결심하며 앨리사에게 접근하고자 한다. 제임스가 앨리사를 죽이고자 마음먹은 데에 딱히 다른 이유는 없다. 단지 자신은 사이코패스이며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어렸을 적 부모님이 이혼하여 어머니와 재혼한 새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앨리사는 어렸을 적부터 새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추행과 은근한 괴롭힘에 시달려 온 상태이다. 앨리사의 어머니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이를 모른 채 한다. 결국 자신의 답답한 처지에 감정적으로 폭발하게 된 앨리사는 어머니와 새아버지를 떠나 자신의 친아버지를 찾아 나서리라 결심한다. 자신을 살해하려 기회를 엿보고 있는 제임스와 함께 말이다.
앨리사의 제안에 제임스는 자신이 오래 꾸며온 계획을 실현할 기회라 생각하여 이를 승낙한다. 때마침 집으로 들어오려던 아버지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차키를 훔쳐 아버지의 차를 몰고 집을 나서며 앨리사와 함께 여정 길에 오른다. 제임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때려눕힌 것도 딱히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자신이 종 잡을 수 없는 사춘기 사이코패스 소년이기 때문이다. 앨리사는 제임스의 돌발행동에 자지러지게 웃으며 제임스와 함께 차에 오른다. 앨리사는 드디어 쿨한 남자 친구와 함께 자신의 삶을 멋지게 개척해 나갈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여정은 몰고 나온 자동차가 얼마 안가 고장 나며 초장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흥이 깨져버린 앨리사는 평소의 괴팍하고 냉소적인 성격으로 돌아와 제임스를 들볶는다. 제임스뿐만 아니라 마주치는 사람 모두에게 상처 주는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제임스는 그런 앨리사의 종 잡을 수 없는 거침없는 언동에 기가 눌린다. 그러다 밤이 되어 두 사람은 여관방에 함께 묵게 되고, 마침내 제임스는 앨리사를 살해할 타이밍을 잡는다. 앨리사가 화장실에 들어간 틈을 타 제임스는 미리 챙겨가지고 온 부엌칼을 꺼내 들고 앨리사가 들어간 화장실의 문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앨리사가 나오길 기다리며 귀를 기울인다. 하루 종일 무례하고 시끄럽게 굴어대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상념에 빠져있었던 앨리사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소리 내어 흐느끼기 시작한다. 앨리사가 흐느끼는 소리를 듣게 된 제임스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동요를 느끼고, 들고 있던 부엌칼을 다시 숨겨놓는다. 그리고 조용히 침대로 돌아가 눕는다. 얼마 후 앨리사 역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침대로 돌아오고, 앨리사는 그동안과는 다른 부드럽고 조금은 수줍은 목소리로 제임스에게 자신을 안고 있어달라고 한다. 제임스는 조심스럽게 앨리사에게 다가가 앨리사의 작은 어깨를 어색하게 끌어안는다. 그렇게 그들의 여정 첫날밤은 아무 일 없이 조용히 흘러간다.
가지고 있던 돈을 탕진한 제임스와 앨리사는 묵을 곳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돌게 되고, 그러다 숲 한가운데에 있는 으리으리한 저택을 무단으로 침입한다. 흥분한 제임스와 앨리사는 그 저택에서 술과 음식을 마음대로 꺼내먹으며 신나게 춤을 추며 논다. 제임스는 서재를 뒤져보다가 구석에 보관되어있던 여러 장의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사진에 찍혀있는 피사체들을 보고선 그 저택의 주인이 강간 살인마란 것을 알아낸다. 한 편 다른 방에서 침대에 누워있던 앨리사는 난데없이 들이닥친 한 남자와 마주치게 된다. 앨리사는 그 남자가 강간 살인마일 것이라곤 꿈에도 모른 채 집에 마음대로 들어와 미안하다고 용서를 빈다. 남자는 앨리사의 말은 귓등으로 듣지도 않고 갑자기 앨리사를 덮치려 하고, 앨리사는 그간 보여준 모습과는 정반대의 한 없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며 절규한다. 제임스는 앨리사의 절규를 듣고 두 사람이 있는 방으로 황급히 달려온다.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높은 완성도를 지닌 좋은 작품.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펼치는 독특한 이야기를 아름답고 서정적인 화면 연출과 사운드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작품의 특유한 매력에 한 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시청자들은 어찌 보면 비호감으로 비칠 수 있는 두 주인공이 생각보다 입체적이고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며 점점 그들의 이야기게 공감하게 된다. 누구나 미숙한 사춘기 때, 시청자들 중에서도 자신이 사춘기였던 시절 제임스처럼 자신에 대해 섣불리 규정짓고 그에 맞춰 사실은 자신에게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듯한 행동을 헸다거나, 앨리사처럼 그 시절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 과격한 언동으로 본의 아니게 남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제임스와 앨리사를 통해 자신의 미성숙했던 그 시절을 다시 한번 더 되짚어보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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