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연쇄살인사건에서 모티브를 얻다.
'추격자'는 '곡성', '랑종' 등으로 익히 알려진 감독인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임에도 높은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추격자' 덕분에 서른을 넘긴 나이에야 영화를 전공하게 된 늦깎이 감독이었던 나홍진은 다행히 더 늦지 않은 나이에 스타 감독으로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추격자'는 개봉 당시 유명했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유영철을 모티브로 한 살인마 지영민과, 실제 유영철을 검거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전직 포주를 모티브로 한 형사 출신 포주 엄중호를 주인공으로 한다. 둘은 무더위로 찌는 듯한 여름밤 미로 같이 복잡한 서울의 주택가 사이사이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끈질기고 지독한 추격전을 벌인다. 시종일관 계속되는 어둡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화면 연출로 이들의 추격전을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쫓고 쫓기는 두 악인.
엄중호는 뇌물을 받은 죄로 경찰서에서 쫓겨난 전직 형사로, 현재는 불법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며 포주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관리하던 매춘부들이 하나 둘 종적을 감추게 되고, 매춘부들이 단순히 자신이 빌려준 돈을 갚지 않으려 잠적한 것이라 판단했던 엄중호는 이들을 추적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다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들은 모두 특정 전화번호와 통화를 한 후 종적을 감췄던 것이다. 마침 그 전화번호의 주인에게 엄중호가 관리하는 매친부 중 한 명인 미진이 불려 나가고 있었다. 엄중호의 부하는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권유하지만 엄중호는 이를 묵살하며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려고 미진에게 전화번호 주인에 관한 정보를 캐낼 것을 지시한다.
전화번호 주인의 집에 당도한 미진은 엄중호의 지시대로 전화번호 주인의 정보에 대해 보고하려 엄중호에게 연락하려 하지만, 어째서인지 휴대폰의 통신이 터지지 않는다. 당황한 미진은 집에서 빠져나가려 하지만 출입구는 이미 쇠사슬로 굳게 잠겨 있었고, 출입구를 열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미진의 등 뒤에 전화번호의 주인인 사이코패스 살인마 지영민이 나타난다. 지영민은 그 동안 다른 매춘부들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진을 결박하고 못과 망치를 가져와 미진의 머리를 매려 쳐 살해하려 한다. 미진은 완강히 저항하다 기절해버리게 된다. 그런 미진을 보며 미진이 죽었을 것이라 판단한 지영민은 미진을 내려다보며 이리저리 살피다가 별안간 올린 초인종 소리에 놀라 황급히 현관으로 나간다. 현관 앞에 서있던 것은 웬 노년의 부부로, 지영민에게 집주인이 어디 있느냐 묻는다. 그 집은 지영민의 집도 아니었던 것이다. 지영민은 목격자가 될 위험이 있는 그 부부 역시 살해한다.
이후 정신없이 차를 몰아 집을 나서던 지영민은 어떤 차량과 접촉사고를 일으킨다. 그 차량에 타고 있던 인물은 다름 아닌 자신을 찾으며 동네를 수색하던 엄중호였다. 엄중호는 귀찮다는 듯 짜증을 내며 지영민에게 보험처리를 해줄 테니 전화번호를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지영민은 계속해서 그 요구를 거절하고, 전직 형사의 감으로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엄중호는 자신이 찾고 있는 남자의 전화번호에 전화를 건다. 그리고 지영민의 주머니 안에서 전화벨이 울리게 된다. 엄중호는 잔뜩 긴장한 지영민을 비웃으며 지영민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명령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파악한 지영민은 운전석에서 뛰쳐나가 도망을 치기 시작하고 그런 지영민을 엄중호가 바로 뒤쫓으며 이후 끈질기게 이어질 추격전의 서막을 알린다.
'한국형 스릴러'를 세계에 알리다.
'추격자'는 그 특유의 리얼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적 연출로 해외에서도 큰 관심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유명 영화 평론가인 로저 이버트의 '추격자'에 대한 감상평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한국의 여러 웹사이트에 소개된 바 있다. 로저트 이버는 헐리우드의 영화감독들이 이 작품을 통해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는 인상 깊은 평을 남겼다. 영국의 거장 영화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한국 팬들과의 온라인 채팅 인터뷰에서 추격자를 재미있게 보았다고 밝혔고,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 소설가 귀욤 뮈소는 '추격자'를 보고 나서 작중 엄중호 역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의 팬이 되었다고 한다.
그외에도 해외의 일반적인 영화팬들에게도 '추격자'는 또 다른 한국 스릴러 영화인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와 같은 작품들과 같이 언급되며 한국 특유의 '한국형 스릴러 영화'가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 잡는데 일조한다. 해외 팬들 중에서는 화려한 액션 없이도 긴장감 높은 리얼한 연출의 한국 스릴러 영화에 큰 매력을 느끼고 한국 스릴러를 하나의 장르로서 취급하며 호평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더욱 많은 한국형 스릴러 영화가 개봉하여 해외에서의 좋은 평가를 계속해서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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