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전쟁 영화와는 다르게 전차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다.

 

 

 그간 개봉되었던 전쟁 영화들에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이, 주로 일반 보병들을 주인공으로서 내세워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와 같은 영화에서 전차는 중간중간 등장하여 보병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보다 더 극적으로 전개되도록 하는데 필요한 장치에 불과하다. 그와 다르게 '퓨리'에서는 독특하게도 전차병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전차병들이 주인공인 만큼 전차 간의 전투 연출 역시 현실감 있으면서 박진감 넘쳐서 그간 전차 간의 전투와 관련된 콘텐츠에 목말라 있던 밀리터리 팬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주었다. 그렇다고 '퓨리'는 전차끼리 치고 박는 데에만 집중한 영화는 아니다. 퓨리의 주인공들은 개전 초기 아프리카 전선에서부터 추축국 군대와 싸워온 베테랑으로, 1945년인 작중 시점에선 다년간 온갖 전투에 시달려온 탓에 모두들 심신이 어딘가 한 군데씩 망가져 있는 상태이다. 잿빛의 우중충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의 독일 시가지에서 다 끝나가는 전쟁에서 의미 없는 저항을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는 독일군들을 상대해나가는 중인 이들의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전쟁의 참혹함과 끝없는 절망에 대해 끝없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이 영화는 전차 전투가 주는 호쾌한 액션보다는 무너질 대로 무너져버린 병사들의 처절하고 절망 가득한 심리 상태에 대해 집중한다. 다른 영화에서는 말끔하고 영웅적으로 등장하는 미군들이, 이 영화에서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에 찌들어 꾀죄죄한 모습으로만 나오는 것도 인상 깊다. 

 

 

 

베테랑 승무원들 사이에 억지로 끼게 된 애송이 행정병 노먼.

 

 이야기는 퓨리의 승무원 중 하나가 전사하여 그 빈자리를 행정병 출신의 노먼이 채우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랜 기간 함께 싸웠던 전우를 잃게 된 승무원들은 갈 곳 잃은 분노를 노먼에게 풀어대고, 노먼은 노먼 대로 자신의 보직 이동에 불만을 갖고 있는 상태이다. 몇 년 간 전쟁터에서 굴러와서 꾀죄죄한 모습의 베테랑들과 달리 유럽으로 온 지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말끔한 얼굴의 신병인 노먼은 자신의 선임들이 왜들 그렇게 잔혹하고 거칠게 행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계속해서 자신의 보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던 와중 노먼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선임들의 원성을 사게 되고, 퓨리의 전차장이자 부대의 실세 역할을 하는 워대디는 전쟁터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노먼의 기강을 직접 잡아주려 노만에게 총을 쥐어주고 포로를 처형할 것을 명령한다. 그 독일군 포로는 미군으로부터 노획한 듯한 미군의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노먼은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 패닉에 빠져 명령을 완강히 거부한다. 워대디는 노먼에게 자신은 독일군을 죽이지 못하는 놈은 부하로서 필요 없을뿐더러 저 독일군 역시 너를 죽이러 이 전쟁터에 온 것이라고 타일르며 계속해서 처형할 것을 명령한다. 말하는 중간중간 노먼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거칠게 내리치면서 말이다. 그 광경을 다른 미군들은 실소를 터뜨리며 지켜본다. 워대디는 차라리 자신을 쏘라며 대드는 노먼을 제압하여 바닥에 앉히고는 노먼의 손가락에 총의 방아쇠를 걸어 재차 사격할 것을 명령하고,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노먼을 대신해 자신이 직접 노먼의 손가락을 잡고 방아쇠를 억지로 당기게 해 끝내 독일군 포로를 처형하도록 만든다. 노먼은 아연실색하여 길바닥에 쓰러지고, 워대디는 그런 노먼에게 한 차례 더 발길질을 가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전차로 발걸음을 옮기며 제 몫을 똑바로 해내라고 다그친다.

 큰 충격을 받은 노먼을 퓨리의 승무원 중 그나마 온순한 성격을 보유한 바이블이 힘이 빠진 노먼을 부축해 전차로 데려오고, 직접 커피를 끓여주며 노먼을 자상하게 달래준다. 노먼은 그 와중에도 자신은 이 전쟁터가 비정상이고 자신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 중얼거린다. 워대디 역시 부하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숨을 고르며 심란해진 감정을 추스른다. 이동할 시간이 되자 전차로 돌아온 워대디는 노먼에게 출발 전에 식사라도 하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워대디에 대한 증오에 사로잡혀 있던 노먼은 워대디의 따뜻한 태도에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이후 노먼은 워대디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전차병으로서 제 몫을 해내려 노력하게 되고, 다른 선임들에게도 차츰 어엿한 동료로서 인정받아 나가게 된다. 그리고 퓨리의 전차병들은 본인들이 속한 부대의 운명을 좌우할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다.

 

 '퓨리'는 전차병을 소재로 한 만큼 개봉 전부터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이목을 끌었었다. 작중 워대디 일행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우수한 성능으로 지금도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티거 전차와 전투를 치르게 되는데, 이 티거 전차가 영화를 위해 제작된 레플리카가 아닌 2차 세계 대전 당시 실제로 운용되었던 전차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전차는 연합군에게 노획되어 영국의 한 전차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던 것이라고 한다. 티거 전차는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도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당시 독일의 사정상 애초에 적은 수만 생산되어 현재는 멀쩡히 남아 있는 전차가 손에 꼽는다고 한다. 이외에도 주인공들이 장비한 총기나 장구류에 대한 고증은 물론 엑스트라들이 가지고 다니는 장구류 역시 세세히 고증해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군과 독일군의 사정에 대해 빠삭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고증을 철저히 지킨 것에 감탄하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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