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다시 손 잡다
2차 세계대전 전문 역사학자 스티븐 앰브로스가 출판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이전에 비슷한 소재의 영화였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주연으로 출연했던 톰 행크스가 다시 호흡을 맞춰 제작하였다.
이 드라마에서 주역으로 등장하는 부대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라이언 일병이 속해 있던 101 공수사단 소속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주연들이 극의 초반부에 독일군 참호에서 날아오는 기관총 세례를 피해 힘겹게 해변에서 탈출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면,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주연들의 이야기는 사방에서 날아오는 대공포탄을 피해 독일군 점령지 한가운데에 낙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라이언 일병의 부대 역시 이 고공낙하 작전에 참여했다가 독일군 부대 속에 고립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소재도 같고 제작진도 같기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고 생각하고 시청하는 것도 이 드라마의 또 한 가지 재미 요소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매력적인 캐릭터인 밀러 대위 역을 맡았던 톰 행크스는 이 드라마에서는 직접 주연을 맡아 출연하지는 않았다. (다만 엑스트라로서 잠깐 나오기는 한다. 워낙 다른 많은 엑스트라들 사이에 섞여있어서 작정하고 찾아봐도 쉽게 찾을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의 영웅적인 서사시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그렇고, 전쟁의 배경이 비교적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특징이 하나 있는데, 고대시대와 중세시대를 소재로 다룬 전쟁 영화에서는 어떤 한 명의 유명한 장군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현대의 전쟁영화의 특징은 일개 군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주역 부대 이지 중대의 구성원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입대 전 공장에서 노동을 했던 사람도 있고, 유명 대학인 하버드 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사람도 있다. 이렇듯 군인이 되기 전에는 그저 보통 사람이었던 주인공들은 이지 중대에 모여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주인공들은 서로 의지하고, 또는 희생하며 임무를 수행해나간다. 앞서 말했듯 이들에게는 어떠한 거대한 명분도 없고 보상도 없다. 그저 보통의 소시민이었고, 군인이 된 지금은 일개 병력 자원일 뿐이다. 하지만 그저 눈앞의 임무를 위해, 옆에 있는 전우들의 안전을 위해 머나먼 이국땅에서 적군과 싸운다.
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시청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영웅들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결코 낭만적인 서사시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분명 주인공인 이지 중대 부대원들의 낭만적인 영웅담을 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쟁 미화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주로 강조되는 것은 부대원들 간의 전우애이지만 전쟁에서 소모품으로 쓰이는 군인들에 대한 참상 역시 그에 못지않게 그려진다. 전세는 이미 연합군에게 기울어져 전쟁이 소강상태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이지 중대를 지휘하는 싱크 대령은 자신의 공적을 위해 부대원들을 무모한 작전에 투입시킨다. 그리고 그 작전을 수행하며 또 한 명의 무의미한 죽음을 맞게 되는 대원이 나온다. 작전 수행일 다음 날 부대원들이 작전을 수행했던 지역인 강 건너에서는 부상을 당해버려 미처 같이 데리고 오지 못한 독일군 포로가 수류탄 피폭으로 인한 고통에 괴로워하며 자신의 어머니를 목 놓아 부른다. 대원들은 그 독일군 포로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끌고 오는 데 성공한 독일군 포로를 심문했지만 쓸만한 정보는 없었다. 작전의 성공에 고무된 싱크 대령은 이후에도 다시 한번 독일군 진지로 쳐들어가 포로를 납치해 올 것을 명령한다. 그러나 부대원들과 전투 현장에서 직접 함께 싸워왔던 윈터스 대위는 자신의 부하들을 지키고자 싱크 대령에게 거짓 보고를 한다. 다행히도 거짓 보고는 문제없이 먹혀들었고 이지 중대 대원들은 더 이상의 의미 없는 희생 없이 전선에서 철수할 수 있게 되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함께, 2차 세계대전 콘텐츠의 대명사로 남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마찬가지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 역시 오래전 방영된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특히나 군대 소재에 민감한 한국 남성들에게는 첫 방영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작중 캐릭터들의 모티브가 된 실제 참전용사들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 관련 모임을 만들어 꾸준히 활동 중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형제 격이라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마찬가지로 어느덧 2차 세계대전 관련 콘텐츠의 대명사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휴일을 앞둔 저녁, 밤늦게까지 오랜 시간 진득이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가 필요하다면,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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