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사실적이고 참혹한 전투 묘사.

 

 영화는 미군들이 보트를 타고 오마하 해변에 상륙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윽고 독일군 참호에서 기관총 세례가 날아오고 미군들은 혼비백산하여 해변을 향해 무작정 탈출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치 실제 전쟁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전투 장면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직접 어깨에 들쳐 멘 채 출연자들과 실제로 같은 필드 위에서 함께 뛰어다니며 촬영하는 핸드헬드 기법을 이용해 찍은 이 장면은, 영화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마치 실제로 그 전투 속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해준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포탄과 총알에 맞고 쓰러지는 전우들을 피해 가며 정신없이 흔들리는 화면은 실제 전투에 참가 중인 군인들의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대변해주는 듯 해 시청자들을 더욱더 몰입하게 만든다. 실제로 해당 전투에 참전했던 참전용사들이 이러한 날 것과 같은 현실적인 전투 장면을 보고 PTSD를 일으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걸고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들의 모습에선, 이전의 전쟁 영화에서 묘사되어왔던 영웅적인 면모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생지옥과 같은 상황 속에서도 눈앞에 놓인 적을 향해 일단 달려 나가며 주어진 각자의 작전을 수행해나가려 애쓸 뿐이다. 

 

 초반 30분 간 이어지는 이 명장면은 아직까지도 회자되며 평론가들에게든 영화 관계자에게든 일반 시청자들에게든 어느 최신 영화와 비교해봐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넘을 수 없다는 찬사를 받게 한다.

 

 

 

 

 매력적인 주요 등장인물들이 그려나가는 영웅담.

 

 어떠한 낭만적인 연출 없이 그저 현실감만 그렸던 초반부 전투 씬과는 달리, 이후에는 1개 분대가 고작 일병 하나를 전역시키기 위해 직접 찾아 나선다는 다소 드라마적인 전개가 이어진다. 분대원 중 가장 상급자인 밀러 대위는 납득할 수 없는 임무라며 불평하는 분대원들을 묵묵히 통솔하며 오직 임무를 받들어 라이언 일병을 찾아낸다는 일념 하나로 전장의 한가운데로 가로질러 들어간다.

 

 오마하 해변과 마찬가지로 내륙에서도 미군과 독일군이 여기저기서 교전 중이었다. 분대원들은 여러 전투에 휘말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현재 자신들이 수행하고 있는 임무가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분대원들 간에 의견이 갈린다. 계속되는 전투에 분대원들이 하나둘씩 전사하자 회의감을 느끼게 된 레이번 일병이 호바스 중사에게 불만을 토로하게 되며 호바스 중사는 레이번 일병에게 총 까지 겨누는 등 갈등은 점차 심화된다. 이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밀러 대위는 이 둘 사이에 끼어들며 분대원 모두가 궁금해했던 입대 하기 전 자신의 삶에 대해 털어놓게 되고 자신이 왜 이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지에 대해 담담하게 밝힌다. 그제야 비로소 폭발 직전이었던 갈등의 소용돌이가 누그러지게 된다. 그리고 분대원들 간에 한 단계 더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너무나 막연하기만 했던 라이언 일병 찾기는 우연히 라이언 일병과 같은 부대에서 복무했던 한 부상병을 찾아내게 되어 급격히 진척되고, 마침내 독일군에게 포위되어 있던 라이언 일병이 속해 있는 부대를 찾아내게 된다. 

 

 밀러 대위는 라이언 일병에게 자신의 임무에 대해 설명해주지만, 라이언 일병은 충직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전우들을 버려두고 갈 수 없다며 전역을 거부하고 격전지에 남겠다고 주장한다. 라이언 일병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밀러 대위는 라이언 일병을 어떻게든 살려서 돌려보내기 위해 라이언 일병을 전투에서 배제시키고 자신의 분대원들을 이끌고 라이언 일병이 속해 있는 부대의 전투에 참가한다. 목숨 걸고 라이언 일병을 보호하던 밀러 대위는 결국 치열한 전투 와중에 전사하게 되고, 밀러 대위의 희생으로 목숨을 보전하게 된 라이언 일병은 노년이 되어서도 밀러 대위의 묘지를 참배하며 밀러 대위를 기린다. 

 

 또한 다른 대부분의 분대원들도 이 마지막 전투에서 밀러 대위와 같이 전사하게 되는데, 계속되는 전투에 회의감을 가지면서도 그저 맡은 임무를 수행한다는 군인 정신을 실현하는 이들의 희생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게 된다.

 

 

 

 

이전의 전쟁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전쟁 영화 교과서가 되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이전의 전쟁 영화와는 궤를 달리 하는 연출로 아직까지 명작으로서 회자된다. 이전의 낭만적이기만 하고 허황된 군인들과 전투에 대한 묘사는 최대한 배제하고 그저 전쟁에 대해 여과 없이 묘사하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정답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벌써 20년도 더 된 영화이지만 아직까지돋 볼 때마다 새로운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세기의 명작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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