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한류 콘텐츠의 정점에 서게 되다.
2021년 추석 연휴 때 넷플릭스에 처음으로 공개되었던 '오징어 게임'은 공개 초반에는 일부 시청자들에게 각본에 대한 혹평을 받았고, 비슷한 느낌의 일본 만화를 표절하였다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흥행에 난항을 겪는 듯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가 지나고 작품을 직접 시청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점차 좋은 반응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어느샌가 해외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하며 초대박을 치게 되어 한국에서도 평가가 완전히 긍정적으로 돌아서게 된 유례없는 특이한 케이스의 작품이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해외에서 끝도 없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전 세계적 트렌드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전부터 넷플릭스 내의 한국산 콘텐츠들은 알게 모르게 해외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오긴 했지만, '오징어 게임'을 기점으로 한국산 콘텐츠의 문화적 파급력을 제대로 인정받게 되었다. '오징어 게임'은 해외 팬들에게 그 특유의 소재와 작품의 전반적인 살벌한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화려하고 풍부한 색감의 화면 연출,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신파적인 요소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일부 한국인 시청자들은 한국산 콘텐츠에서 전형적으로 보이는 클리셰적 요소가 '오징어 게임'에서도 역시 즐비하다며 지적하지만, 그런 클리셰적 요소에 익숙한 한국인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재미있게 잘 만든 작품이다. 괜히 전 세계적 역대급 흥행 콘텐츠로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것이 아닌 것이다.
비루한 인생을 살고 있는 기훈에게 찾아온 인생역전의 기회.
기훈은 큰 빚을 지고 아내와 이혼한 뒤 뚜렷한 직장 없이 하루하루를 도박에 빠진 채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다. 기훈의 딸인 가영의 생일날, 기훈의 어머니는 기훈에게 딸의 선물이라도 사주라며 용돈을 준다. 그러나 기훈은 그 돈을 받자마자 경마장으로 달려가고, 운 좋게 465만원이라는 거금을 따게 된다. 도박에서 승리한 기훈은 한껏 신이 나지만 때마침 등장한 사채업자들에게 쫓기게 되고, 그 와중에 어떤 소매치기 소녀와 부딪히며 돈을 도난당하게 된다. 망연자실한 기훈은 사채업자들에게 붙들린 채 억지로 신체포기각서를 작성한다.
기훈은 이러한 막장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가영의 생일을 챙겨주고자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인형뽑기를 해 딸아이에게 줄 선물을 마련한다. 기훈이 선물이랍시고 내민 것은 다름 아닌 권총 모형 라이터였다. 가영은 아버지가 주는 선물이 탐탁지 않지만 애써 내색하지는 않는 속 깊은 아이이다.
가영이를 이혼한 아내의 집에 데려다주고 지하철에 탑승한 기훈 앞에 정장 차림의 말쑥한 남자가 나타난다. 정장 차림의 남자는 기훈에게 자신과 한 가지 게임을 할 것을 제안한다. 이기는 사람이 진 사람의 따귀를 때리거나, 10만원을 받는 것이 조건이다. 기훈은 남자와의 게임을 수락하고, 게임에서 연달아 패배하며 남자에게 사정없이 따귀를 맞게 된다. 마침내 게임에서 승리하게 된 기훈은 그간의 울분을 풀기 위해 남자의 따귀를 때리려 손을 뻗지만, 남자는 그런 기훈에게 10만 원을 내밀고, 돈이 급했던 기훈은 10만 원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인다. 그렇게 몇 차례 게임에서 승리해 꽤 많은 돈을 따내 신이 난 기훈에게 남자는 또 다른 어떤 게임에 참여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자신의 명함을 주고 떠난다.
기훈은 이에 반신반의 하며 무시한다. 그러나 자신의 전처와 딸 가영이가 새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돈이 있다면 딸아이의 양육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죽음의 레이스에 참가하게 된다.
넷플릭스라는 OTT 서비스의 수혜를 받다.
'오징어 게임'의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한 각본을 10년도 더 전부터 써왔다고 한다. 하지만 소재가 소재인 만큼 아무래도 보수적인 국내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하며 각본 자체가 사장될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로서 발탁되게 되고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마침내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점점 하락세를 이어가던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를 반등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오징어 게임'을 발탁한 넷플릭스의 선구안이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그간의 무지성적인 지원으로 오히려 디지털 폐기물을 양산한다는 오명을 벗고 자신들의 추구하는 가치를 제대로 실현시킨 셈이다. '오징어 게임'이 공개되기 직전 공개되어 역시 좋은 반응을 끌었던 '디피'도 기존의 국내 플랫폼에서라면 절대 온전히 방영되지 못할 소재를 다룬 것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넷플릭스가 그간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음에도 빛을 보지 못했던 국내 창작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점에는 이견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넷플릭스에서 '디피'나 '오징어 게임'과 같은 좋은 한국산 콘텐츠가 많이 공개되어 해외에서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슬기로문 문화생활 > 영화,드라마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추격전 (0) | 2022.01.18 |
---|---|
살인의 추억, 이제는 진범이 밝혀진 그 사건을 다룬 명작. (0) | 2022.01.16 |
올드보이, 이제는 한국 영화계의 고전이 된 명작. (0) | 2022.01.14 |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전설의 시초 격 작품. (0) | 2022.01.14 |
너의 이름은, 일본 감성 애니메이션의 정점. (1) | 2022.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