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

 

 한국 영화계에 있어 2003년은 많은 명작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봉되었던 앞으로도 길이 기억될 만한 전설의 해이다. 2003년은 이제는 '기생충'의 감독으로서 더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수많은 대중적 흥행작을 보유하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그리고 금기시되는 어두운 주제들을 특유의 연출로 매혹적으로 표현하는 작품들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등 작품성과 흥행을 동시에 잡은 여러 수작들이 개봉되었던 해이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2003년을 한국 영화가 가장 좋았던 시절, 한국 영화의 창의적 에너지가 대단하였던 시절이라 회상한다. 특히 2003년 개봉작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데 큰 축을 담당하는 '올드보이'는 원초적이고 강렬한 연출과 지금 봐도 그렇고, 먼 미래에 보더라도 충격적일 소재로 한국 팬들에게는 물론이고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명작이다. 해외 창작물 중에서는 올드보이를 일부 차용하고 오마주한 작품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15년 동안 갇혀 있던 감옥에서 빠져나와 진실을 알기 위해 한 손에는 장도리를 들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정체불명의 적들의 머리통을 부수며 고군분투하는 중년의 오대수는, 해외 팬들에게도 충분히 BADASS 한 캐릭터로서 먹혀들어 엄청난 인기를 누려왔다. '올드보이'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주인공이 감옥에 갇힌다는 소재만 가져왔을 뿐 이야기의 전개는 원작과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원래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혔던 원작 만화가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재평가되어 끝내 상까지 받게 되었을 정도다. '올드보이'는 한국 영화계의 레전드로서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까지 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 작품에 대한 이러한 수많은 긍정적인 평가들은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그 누구도 이견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고 사는 남자, 오대수.

 

 음주를 좋아하는 평범한 회사원 오대수는 그날도 술에 거하게 취해 파출소에서 온갖 행패를 부린다. 다른 용의자들에게 시비를 거는가 하면, 파출소의 기물을 파손하고, 난데없이 바닥에 소변을 본다. 그러나 험상궂은 인상의 조폭들 사이에서는 정신을 가다듬고 한 없이 순한 양이 된다. 이렇듯 한 없이 가볍고 껄렁한 양아치 오대수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딸에 대해 쉴새없이 자랑해대는 자상한 아버지이다. 오대수는 연락받고 파출소에 달려온 친구에게 붙들려 나가는 와중에도 딸에게 줄 선물을 꼭 챙긴다.

 오대수는 친구와 집에 돌아가는 와중에도 공중전화에서 굳이 딸에게 전화를 걸어 선물을 샀으니 기대하라고 잔뜩 설레발을 친다. 친구에게 자신의 딸내미와 통화하라며 전화를 바꿔주고 공중전화박스에서 나온 오대수는 별안간 종적을 감추게 되고, 오대수가 사라진 것을 뒤늦게 알아챈 친구는 오대수를 찾아 밤거리를 황망하게 떠돌아다닌다. 

 오대수는 모텔방과 같은 장소에 감금 된다. 오대수는 시간에 맞춰 식사를 넣어주는 정체모를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벌어진 이 상황이 대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며 절규한다. 식사는 문의 개구멍으로 제공되어, 오대수는 오직 그 사람들의 신발만 볼 수 있을 뿐이다. TV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그 방에서 오대수의 정신은 점차 망가져 간다. 그때 그들이 오대수 더러 15년 동안 그 방에 갇혀있어야 한다고 했더라면, 오대수는 조금 더 버티기 편했을까?

 어느 날 오대수는 TV에서 자신의 아내가 피살되었으며, 용의자로서 자신이 지목되었다는 뉴스를 본다. 이때 오대수의 정신은 완전히 붕괴되어 작은 벌레들이 자신의 온몸을 휘젓고 다니는 환각에 빠진다. 오대수는 TV에 의존해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거울을 깨 자살을 감행한다. 그러나 그 또한 간수들에게 즉시 저지당한다. 그 감방 안에서 오대수는 마음대로 자살할 자유조차 박탈당한 것이다.

 오대수는 마음을 고쳐먹고 자신을 그 곳에 가뒀을 법한 인물에 대해 추리하며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식사시간 우연히 음식물과 같이 받게 된 쇠젓가락으로, 감방의 벽을 조금씩 파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감방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단련한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 오대수가 파내는 벽면은 점점 내부 속살을 드러내, 마침내 벽을 뚫는 데 성공하게 된다. 오대수는 벽면 밖으로 손을 내밀어 쏟아지는 빗물을 받으며 전율한다. 감금된 지 15년째 되는 그날, 오대수의 계산으로 앞으로 한 달 후면은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 오대수의 방에 수면 가스가 흘러들어오고 정체불명의 여자가 들어온다. 여자는 시계추를 꺼내 오대수에게 속삭이며 최면을 건다. 오대수는 수면 가스에 취한 채 점점 최면에 빠진다.

 잠에서 깨어난 오대수는 웬 초원 한 복판에 쓰러져 있었다. 제대로 둘러보니 그 곳은 초원이 아니라, 어떤 아파트의 옥상 정원이었다. 오대수는 그곳에서 강아지를 끌어안고 난간에 앉아 있는 남자와 마주친다. 남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오대수에게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말하는 내용을 봐선 자살할 결심을 한 사람인 것 같다. 오대수는 그 남자가 떠드는 소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15년 만에 처음 만난 사람인 그 남자의 존재를 오감으로 확인하고 느끼며 전율한다.

 아파트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갇혀있는 동안 바뀌어버린 세상에 대해 파악 중이던 오대수에게 어떤 남자가 다가와 휴대폰과 돈다발이 들어있는 지갑을 건넨다. 남자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니 아무것도 물어보지 말라고 하며 유유히 사라진다. 오대수는 무언가에 이끌려 어떤 횟집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일하는 여종업원 미도와 만나고, 마치 서로 아는 사이인 듯 익숙하게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전화벨이 울리고, 오대수는 마침내 자신을 감방에 가둔 것으로 추정되는 어떤 남자와 마주하게 된다.

 

 

 

지금 봐도 충격적인 소재와 반전 요소.

 

'올드보이'가 특히나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그때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에서도 용납되지 못할만한 소재와 반전 때문이다. 자칫하면 민감할 수도 있는 소재에 대한 반발을 영화의 뛰어난 작품성으로 짓누르는 것이 인상 깊은 점이다. 이 영화를 후반부까지 감상하고 반전과 마주하게 된 관객들은, 자신들이 여태 각자 나름대로 쌓아온 작품에 대한 감상을 통째로 뒤집어야 하는 것에 큰 혼란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여운이 가시기 전에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한번 더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대수가 파출소에서 행패를 부리는 영화의 그 오프닝 장면부터 처음 볼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