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짓눌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던 조선족 청년, 김구남.

 

 연변의 조선족 동네에서 택시운전수 생활을 하는 김구남은 빚더미에 앉은 채 연일 사채업자들로부터 시달림을 당한다. 사채업자들은 구남의 집안까지 멋대로 쳐들어와 구남을 모욕하고 괴롭힌다. 구남은 매일 자신의 택시에 올라타 열심히 일하지만 6만 위안이라는, 자신에게는 너무나 큰돈을 갚을 방도는 도저히 보이지 않고, 결국 도박판에도 기웃거린다. 그러나 도박판에서도 그의 운은 신통치 않다. 구남의 아내는 브로커를 통해 한국에 나갔지만 어째서인지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다. 구남이 현재 갖고 있는 빚도 아내가 한국으로 가는 데에 들인 비용이었다. 구남은 연락이 닿지 않는 아내에 대한 걱정에 하루하루를 도박과 술로 보낸다. 설상가상으로 구남은 직장에서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는다. 사장은 더 이상 구남의 사정을 봐줄 수 없다며 미안하다고 월급 외에도 생활비 몇 푼을 퇴직금 명목으로 더 챙겨준다. 구남은 해고 통보를 받고 절망하는 한편 사장에게서 받은 평소보다는 조금 더 두둑한 돈뭉치를 조용히 내려다본다. 구남은 그 돈을 사채업자에게 헌납하는 대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돈을 들고 또 한 번 도박장을 찾는다. 그러나 그날도 역시 구남은 돈을 잃을 뿐이었고, 자신을 조롱하는 상대방에 의해 그만 감정이 폭발해 책상을 뒤집어엎으며 상대방과 싸움을 벌인다. 

 그 광경을 인상 깊게 본 개장수이자 브로커인 면정학은 구남을 불러들여 구남의 구질구질한 인생을 한방에 바꿔줄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바로 한국으로 넘어가 어떤 인물을 살해하라는 것이다. 살해 후 엄지손가락을 잘라오는 것도 잊지 말라고 한다. 구남은 머뭇거리며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면정학은 그런 구남에게 비아냥대며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기 전에 빨리 결정을 내리라 한다.

 면정학의 차에서 빠져나온 구남은 자신의 어머니와 딸아이를 찾아간다. 어머니에게는 면정학의 제안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그저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한번 얻어먹는 구남. 구남은 잠이 들은 자신의 딸아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몰래 어머니 집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면정학에게 다시 찾아가 살인청부 제안을 받아들인다. 면정학은 구남에게 거액이 들어있는 통장을 보여주며 목표물을 처리하고 돌아오면 통장의 비밀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구남은 자신의 목표물에 대한 정보와 약간의 활동비를 받고 밀항 길에 오른다. 구남에게는 밀항 길 마저 순탄치 않았고 온갖 고생을 하며 마침내 한국에 당도한다. 구남에게 주어진 목표물에 대한 정보는 단지 목표물의 집주소와 이름 단 두 개뿐이다. 구남은 그 주소로 무작정 찾아가 근처에서 진을 치고 목표물에 대해 탐색하는 한편, 소식이 끊어진 아내의 행방을 쫓는다.

 

 

 

 

 

수작이지만 아쉬운 흥행성적을 기록한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황해'는 '추격자'로 극장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개봉작이다. 전작에서 각각 주연과 악역으로 나왔던 김윤석과 하정우가 이번에는 서로 역할을 바꿔 출연한 것이 인상 깊다. 연변의 조선족 청년을 주인공으로 한 '황해'는 전작인 '추격자'와 마찬가지로 작품 전체적으로 풍겨지는 어둡고 답답한 분위기에서 오는 긴장감과 세세하고 현실적인 디테일의 미장센으로 관객들이 화면에서 눈을 잠시도 뗄 수 없게끔 만든다. '황해'는 분명 감독의 흥행성공작인 '추격자'에 버금가는 작품성을 가진 수작이지만 아쉽게도 흥행 성적은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하며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영화에 투자되었던 금액이 워낙에 크기도 했고 영화의 개봉 시기도 잘못 잡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황해'는 연말 시즌인 12월에 개봉되었는데, 설레는 크리스마스와 신년에 대한 희망참으로 가득 찬 연말 시즌에 칙칙하고 유혈 낭자한 칼부림 장면이 계속되는 영화인 '황해'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수작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특히나 영화의 초중반부에 대한 평이 상당히 좋다. 하정우가 연변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장면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이 그곳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김구남이라는 한 남자의 기구한 인생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국 영화계 역대급 악인 캐릭터 면정학.

 

 현실적인 연출이 주를 이루는 '황해'에서 혼자 초월적인 전투력과 생존력을 보이며 상대방을 거리낌 없이 살해하는 면정학은, 마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인상 깊은 악역 안톤 쉬거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나홍진 감독은 수 차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의 캐릭터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으며 그런 나홍진 감독이 그린 면정학은 안톤 쉬거의 한국판이라 해도 좋을 만큼 높은 유사성을 보인다. 안톤 쉬거와 마찬가지로 작품의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재앙 그 자체로서 들이닥치는 면정학은 관객들에게 압도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어 영화의 평가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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