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배경 속에서도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영화.

 

 '윤희에게'는 유명 톱스타이자 명배우인 김희애를 주연으로 해 화제를 모았던 퀴어 독립영화이다. 주인공인 윤희가 자신의 젊은 시절,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그 시절을 뒤로하고 진정한 자신과 다시 한번 마주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발판을 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윤희에게'는 눈으로 뒤덮인 오타루를 배경으로 해 마치 동화를 영상화한 것 같은 아름다운 화면과 아련하고 서정적인 각본으로 영화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게 되어 독립영화로서 다른 화제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상영관에서 시작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영관 수가 늘어나 박스오피스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는 놀라운 흥행 성적을 달성하였다. 영화팬들 사이에서 '윤희에게'의 인기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눈 내리는 따뜻한 연말에 잘 어울릴만한 대표적인 영화를 떠올릴 때 많은 사람들에게 언급되는 영화가 되었다.

 

 

 

엄마의 인생을 되찾아주기 위해 엄마와 여행을 떠나는 새봄.

 

 

 일본 오타루에서 수의사 생활을 하는 준에게는 상대방에게 차마 부치지 못하고 있는 편지가 있다. 그 편지의 받는 사람은 윤희이다. 준의 고모인 미사코는 집안을 청소하다 우연히 그 편지지를 발견하고, 받는 사람의 이름인 '윤희'를 곱씹어 말해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미사코는 곧장 우체국으로 찾아가 준의 편지를 대신 부쳐준다.

 

 한국 예산에서 공장의 식당 조리사로 일하고 있는 윤희는 남편과는 이혼한 채 낡은 아파트에서 자신의 딸과 단 둘이 살고 있다. 윤희는 주변 인물들과 세상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고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인생을 무력하게 받아들인 채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윤희의 전남편은 술에 취할 때면 윤희에게 찾아와 딸인 새봄을 핑계로 돈봉투를 건네고 안부를 물으며 윤희를 쉽게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윤희는 전남편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 때문에 전남편을 매몰차게 내칠 뿐이다. 윤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느냐 묻는 딸의 질문에, 딸인 너 때문에 살아간다 하며 담담하게 말하는 전형적인 어머니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한국의 고등학생 새봄은 어느 날 자신의 집 우체통으로 날아온 어떤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의 수신인은 자신의 엄마인 윤희이다. 엄마 몰래 편지를 개봉해 읽어본 새봄은 자신이 몰랐던 엄마의 과거와 삶에 대해 알게 된다. 새봄은 잠깐 동안의 혼란을 느끼지만 마음을 다잡고 엄마의 인생을 되찾아주기로 결심한다. 

 

 새봄은 윤희에게 자신이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한다. 눈이 많이 오는 일본의 어딘가로 말이다. 윤희는 딸의 기특한 제안에도 쉽게 대답을 하지 않는다. 새봄은 엄마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서운함을 느끼고 자신을 위로해주는 자신의 남자 친구에게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댄다. 

 

 그날도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윤희는 자신의 집 우체통에 쌓여있는 청구서들을 발견한다. 무심하게 청구서들을 가져온 윤희는 청구서 뭉치 안에서 보통의 청구서와는 다른 모습의 편지봉투를 발견한다. 그 편지는 자신의 앞으로 어떤 이가 보낸 편지이다. 윤희는 그 편지를 보낸 이의 이름을 보고는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다음날 윤희는 출퇴근 버스에 오르지 않고 집 근처 기찻길을 거닌다. 자신의 옆으로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윤희는 상념에 빠지며 무엇인가 결심한다. 공장 식당으로 출근한 윤희는 영양사에게 휴가를 줄 수 없느냐 묻는다. 그러나 영양사는 매몰찬 어투로 윤희의 부탁을 거절하고, 이에 서운함을 느낀 윤희는 그 길로 식당 조리원을 그만두겠노라 말한다. 윤희는 공장 건물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서면서 오히려 밝은 미소를 짓는다. 오랜 세월 자신을 옥죄던 삶의 굴레에서 빠져나오는 첫발을 딛게 된 것이다.

 

 마침내 두 모녀는 일본 오타루로 떠나는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각자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서 말이다.

 

 

 

 

 마침내 자신의 진짜 정체성과 마주하게 된 주인공들. 그리고 새로운 시작.

 

 '윤희에게'는 눈 덮인 오타루를 배경으로 마치 동화 속 풍경 같은 포근하고 따뜻한 영상미와 서정적인 음악, 자극적이지 않은 따뜻한 각본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인 윤희와 준의 이야기에 조금 더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관객들은 이전의 가부장적이고 고지식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오랜 세월 방황하던 윤희가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인생의 청사진을 그리는 과정을 보며 각자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이 세상 속 수 없이 많이 존재하고 있을 '윤희'들이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윤희와 같이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여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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