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폭력물의 정석 그 자체.
학원폭력물은 예나 지금이나 청소년기의 남학생들에게 큰 인기다. 압도적인 싸움실력을 가진 주인공(고등학생)이 각지에서 군림하고 있는 여러 보스들을 때려눕히며 마침내 정상에 오르는 이 전형적인 클리셰는 어느 시대이건 남학생들의 심금을 울리며 카타르시스를 선사 한다. 남학생들은 학원폭력물 만화를 보며 주인공에게 자신을 대입시켜 자신도 싸움 고수가 되어 눈에 거슬리는 녀석들을 멋지게 때려눕히고, 그 모습에 반한 어떤 여학생과 잠시 사랑에도 빠지는 등의, 잠시 동안의 달콤한 현실 도피를 즐긴다.
요즘에는 소위 '일진물'이라 불리우며 싸움 보다는 일진으로서 벌이는 일탈 그 자체에 집중하는 작품들이 유행인 것 같다. 예전의 학원폭력물 만화들과는 그 노선이 조금 다르지만 결국 나쁜 놈들을 모조리 박살내고 지존이 된다는 그 클리셰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의 원작인 '크로우즈'는 이 분야의 권위자 같은 존재이다. 소년 만화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1991년부터 8년 간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그야말로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하며 학원폭력물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러한 '크로우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 역시 그 정신을 계승하여 학원폭력물의 정석으로서 등장한 것이다.
스즈란을 통일하기 위해 대결하는 겐지와 세리자와.
주인공인 겐지는 야쿠자인 아버지의 명령으로 최악의 문제아들만 모인다는 학교(혹은 양아치 격리시설)인 스즈란 고등학교에 전학 온다. 아버지의 야쿠자 보스라는 지위를 물려받으려면 스즈란 고등학교 정도는 혼자서 제압하여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하지 않겠느냐 하는 연유에서이다. 겐지는 아버지의 명을 받들어 학교에 성실히 출석하며 각자의 교실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던 여러 강자들을 차례차례 쓰러트린다. 하지만 학교를 순탄하게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겐지에게 한 차례 시련이 닥친다. 바로 스즈란의 유명한 강자인 세리자와 타마오와 린다만의 존재이다. 세리자와는 온갖 흉악한 불량배들이 모인 스즈란에서도 단연 우수한 싸움 실력을 자랑하면서도 털털하고 여유로운 성력을 내세워 친구들의 인망까지 챙기며 이미 자신의 세력을 구축해 스즈란의 헤드로서 군림하는 강자이다. 그에 반해 린다만은 압도적인 피지컬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스즈란의 지존과 같은 존재이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세력 다툼이나 의미없는 싸움에는 거리를 두며 은둔하며 지내는 고독한 늑대이다. 즉 너무나도 매력적인 '언제라도 모두를 때려눕히고 최강자가 될 수 있지만 성격상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 은둔 지존'인 캐릭터인 것이다.
겐지는 스즈란 제압이라는 자신의 목표에 가장 큰 방해가 될 것 같은 세리자와를 토벌하기 위해, 평소 세리자와와 반목하였던 다른 강자들을 하나 하나 포섭하며 자신의 세력을 구축해 나간다. 세리자와 역시 그러한 겐지 패거리를 견제하며 자신의 세력을 보강해나간다. 그렇게 긴장감이 팽팽히 감돌던 스즈란에서 마침내 겐지의 세력과 세리자와의 세력은 최고의 자리를 두고 충돌하게 된다.
머리를 말끔하게 비우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액션의 향연.
어렸을 적 이러한 학원폭력물에 열광하던 남학생들은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되면 그런 것을 보면서 흥분했던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가끔 불량식품이 당기 듯 성인이 되고 서도 학원폭력물이 주었던 그 카타르시사가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때에 감상하기에 딱 좋은 작품인 것이다. 이 작품의 스토리는 너무나 간단명료해서 굳이 이해하려 들 필요도 없다. 작품을 감상하는 중간중간 '너네들 그냥 고등학생일뿐이잖아? 뭐하는 짓거리들이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그저 스즈란이라는 세상의 지존이 되고 싶을 뿐이다. 그것에 대해 어른의 잣대로 의문을 갖는 것은 그들에게 크나 큰 실례이며 시청자 본인에게도 크나 큰 시간낭비이다. 시청자들은 그저 잘생긴 얼굴의 오구리 슌이 쭉쭉 뻗은 긴 다리로 적군의 얼굴을 박살내는 것을 재미있게 감상하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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